한때 베네수엘라의 경제 발전을 상징하던 우에르타는 지금,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사라져가는 유령 도시로 남아 있다. 급속한 성장과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정치적 혼란이 만들어낸 도시는 오늘날 폐허 속에서 조용히 쇠락을 증언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에르타의 형성과 몰락,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본다.
1. 자원의 꿈, 도시의 시작: 우에르타의 태동
우에르타는 1970년대 말, 베네수엘라 정부가 진행한 대규모 석유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된 도시이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세계적인 석유 생산국으로 부상하고 있었고, 정부는 석유 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발전의 상징적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했다. 우에르타는 그 전략의 중심에 위치한 신흥 도시로, 석유 정제소와 관련 산업 단지를 중심으로 건설되었고, 베네수엘라의 ‘미래 도시’로 불리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도시의 이름은 스페인어로 ‘정원’을 의미하며, 사막과 평야 지대 사이에 위치한 황량한 곳을 사람과 기술로 가득한 이상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건설 초기, 정부는 해외 자본과 기술을 적극 유치하며 도시 기반을 빠르게 확충해나갔다. 도로와 학교, 병원, 상업지구, 공공시설 등은 비교적 단기간에 마련되었고, 중산층 이상의 가정들이 대거 이주해 왔다. 석유 산업의 고소득 일자리와 함께 다양한 편의 시설이 제공되면서, 우에르타는 마치 신세계처럼 받아들여졌다. 도시 한복판에는 ‘에너지 광장’이라는 이름의 대형 분수가 세워졌고, 이는 국가의 번영과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서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너무 빠르고, 너무 갑작스러웠다. 도시의 기본적인 계획은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수익과 정치적 성과에 집중되어 있었다. 인프라 확장에 비해 실제 거주민 증가나 서비스 수요 예측은 과장되어 있었고, 이는 곧 도시의 비효율적인 자원 운영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정부가 도시 건설에 투입한 막대한 예산은 이후 정치적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되었다. 설계와 실행 간의 괴리는 점점 커졌고, 도시의 기반 자체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계속 확장만을 거듭하고 있었다.
결국 우에르타는 자원 중심 개발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도시의 외형은 화려했지만, 그 안에는 무계획과 탐욕이 뒤엉켜 있었고, 그 균열은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2. 퇴락의 현실: 우에르타가 유령 도시가 된 이유
우에르타의 붕괴는 복합적인 요인의 결과였다. 무엇보다도 핵심 산업인 석유 가격의 급락이 도시 전체의 경제 구조를 뿌리부터 흔들었다. 1980년대 중반,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고, 이에 따라 정부의 개발 자금도 고갈되었다. 우에르타에 공급되던 예산은 삭감되었고, 기업들은 철수했으며, 시민들의 일자리는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와 함께 도시는 점점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에너지 광장은 물이 끊겼고, 상업지구는 폐허가 되었으며, 학교와 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운영이 어려워졌다. 고층 아파트는 비어가기 시작했고, 거리에는 쓰레기와 황폐함만이 쌓여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가 이러한 도시의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미 정치적 혼란과 부정부패가 심각했던 상황에서 우에르타의 문제는 그저 ‘지방 도시 중 하나’로 치부되었고, 행정적 방치가 이어졌다.
사회적 문제 또한 우에르타의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실업률의 급증은 빈곤과 범죄로 이어졌고, 주민들은 점차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특히 젊은 층의 이탈은 도시의 활력을 완전히 앗아갔고, 남은 사람들조차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갔다. 도시의 기반 서비스가 무너지고 치안이 악화되면서, 우에르타는 사람들에게 ‘가지 말아야 할 위험한 도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우에르타는 단지 경제적 몰락에 따른 인구 감소만이 아니라, 사회, 행정, 환경 전반에 걸친 시스템 붕괴를 겪었다. 당시 도시의 기반 인프라는 유지보수 없이 방치되었고, 정수 시설과 전력망은 결국 멈춰섰으며, 이는 도시 기능의 완전한 중단을 의미했다. 이제 우에르타에는 더 이상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건물은 텅 비었고 도로는 잡초로 뒤덮였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유령처럼 남아 있다.
3. 지금의 우에르타: 버려진 공간 속 잔존한 삶
오늘날의 우에르타는 공식적으로 ‘거주 도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구의 대부분이 이탈한 폐허 상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등록된 인구의 70% 이상이 도시를 떠났으며, 남아 있는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자이거나 이주가 어려운 취약 계층이다. 이들은 기본적인 식수 공급조차 어려운 환경에서 자급자족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우에르타 중심지의 건물 대부분은 붕괴 직전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일부 건물은 범죄자들의 은신처로 이용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경찰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정부 기관의 행정력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도시는 이제 공식 지도에는 존재하지만, 실상은 아무도 찾지 않는 ‘잊혀진 공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절망 속에서도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존재한다. 몇몇 시민 단체들과 예술가들이 우에르타를 재조명하려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폐허가 된 건물 벽에는 거리 예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도시 기억 보존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 도시의 기록을 수집하고 보존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우에르타를 단지 실패한 도시로 보지 않고, 중요한 교훈의 현장으로 바라본다.
한편, 일부 개발 회사들이 우에르타를 저가의 창고 부지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인프라 부족과 치안 문제로 인해 실패했다. 그만큼 우에르타는 지금, 도시로서의 모든 기능을 상실한 채 ‘존재만 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이 도시의 재생 가능성이 출발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자리에서 새로움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4. 폐허에서 다시: 우에르타 재생의 가능성과 방향
우에르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미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기반이 붕괴된 상태에서 단순한 복구만으로는 기능을 회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이 우에르타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건할 수 있는 가능성의 토대가 된다. 다시 말해, 이 도시는 전통적인 개발 패턴에서 벗어난 대안적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빈 캔버스’와 같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정부 차원의 명확한 비전 설정이다. 단기적 수익이 아닌, 장기적 생존과 공존을 목표로 한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에르타는 ‘지속 가능한 생태 도시’ 혹은 ‘커뮤니티 자립형 마을’ 모델로 전환할 수 있다. 소규모의 친환경 주택, 자립형 농업 시스템, 그리고 대안 교육·보건 시설 등을 중심으로 한 자급자족 커뮤니티 형성은 유령 도시 회복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또한, 우에르타의 역사와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문화재생 사업도 유효하다. 도시의 몰락 자체를 문화적 스토리텔링의 자원으로 활용해 다큐멘터리, 예술 프로젝트, 교육 콘텐츠로 연결한다면, 우에르타는 오히려 ‘경고의 도시’, ‘반성의 도시’로서 의미를 갖게 될 수 있다. 이는 외부의 관심과 투자를 유도하는 데에도 효과적일 수 있으며, 도시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다양한 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참여다. 지금도 우에르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들을 도시 회복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민 주도의 도시 농업 프로젝트, 협동조합 형태의 소규모 비즈니스, 지역 커뮤니티 센터 운영 등은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고, 도시의 내부 에너지를 다시 불러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베네수엘라 내 정치적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UN이나 비정부기구(NGO), 외국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적·경제적 지원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글로벌 파트너십은 우에르타가 지역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도시 회복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우에르타는 폐허로 남을 수도 있고,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 그 선택은 결국, 우리가 어떤 도시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에 어떻게 답하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