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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아무나 되는 게 아닙니다! 유네스코가 정한 까다로운 기준들

by 옥돌v 2025. 5. 9.

인류가 만들어낸 위대한 유산은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유산이 될 수 없습니다. 유네스코는 1972년, 인류의 공동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유산 협약’을 체결하고, 그 이후 세계 각지의 유산을 평가하고 등재해왔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세계유산 등재 기준’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장소가 이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 ‘세계유산’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는 걸까요? 오늘은 유네스코가 제시한 세계유산 등재 기준과 흥미로운 사례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섬세한 시선으로 유산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세계유산, 아무나 되는 게 아닙니다! 유네스코가 정한 까다로운 기준들
세계유산, 아무나 되는 게 아닙니다! 유네스코가 정한 까다로운 기준들

세계유산이란 무엇인가요? 인류 공동의 보편적 가치


세계유산이란 유네스코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 또는 자연유산을 의미합니다. 문화유산은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물, 도시, 예술품 등을 포함하며, 자연유산은 독특한 생태계나 지질학적 형성, 자연경관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을 통해 이러한 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국제적 체계를 마련하였습니다. 이 협약은 단순히 유산을 선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할 의무를 각 국가에 부여합니다. 따라서 세계유산 등재는 국가적 명예이자, 동시에 막대한 책임을 수반하는 국제적 약속이기도 합니다.

2024년 현재, 전 세계에는 1,200개가 넘는 세계유산이 존재하며, 이들은 모두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은 곳입니다. 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단순히 아름답고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해당 유산이 인류 전체에게 역사적, 문화적, 과학적, 또는 미적 측면에서 의미를 지니는지를 다양한 기준을 통해 평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총 10가지 기준에 근거하여 이루어집니다. 이 기준은 문화유산 6가지, 자연유산 4가지로 나뉘며, 복합유산은 두 가지 범주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10가지 기준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 10가지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 이상의 기준을 만족해야 하며, 대부분의 유산은 두 가지 이상의 기준을 동시에 충족합니다. 기준은 문화유산 6가지, 자연유산 4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 인간의 창조적 천재성을 대표하는 걸작이어야 합니다. 특정 유산이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력이 결합된 예술적 혹은 건축학적 걸작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지를 평가합니다.
둘째, 문화 간 교류의 중요한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문명이나 문화권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교류를 반영하는 유산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셋째,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인 증거를 제공해야 합니다. 고대 문명이나 특정 시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유산이 여기에 속합니다.
넷째, 인류 역사상 중요한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여야 합니다. 건축, 기술, 도시계획 등 인류의 전환점을 반영하는 유산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섯째, 전통적인 인간 거주 형태나 이용 방식을 보여주는 뛰어난 사례여야 합니다. 문화와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형성된 독특한 거주 형태가 대상입니다.
여섯째,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사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장소여야 합니다.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과 관련된 유산이 해당됩니다.
일곱째, 뛰어난 자연의 아름다움과 미학적 중요성을 지녀야 합니다. 자연 경관의 시각적 가치가 탁월한 곳이 해당됩니다.
여덟째, 지질학적 또는 생물학적 형성 과정의 뛰어난 사례여야 합니다. 지구의 역사나 생물 진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장소가 이에 포함됩니다.
아홉째, 생태계 및 생물 다양성의 뛰어난 사례여야 합니다. 특정 생태계에서의 독특한 생물 다양성을 보여주는 유산이 여기에 속합니다.
열 번째는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로서 과학적 보존 가치가 높아야 합니다. 희귀하거나 멸종 위기인 종의 보호를 위해 중요한 지역이 해당됩니다.

이처럼 기준을 만족한다고 해도 유산의 보존 상태, 관리 계획, 법적 보호 장치 등이 미비하다면 등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단지 ‘가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성’ 또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됩니다.

 

까다로운 심사, 탈락과 논란도 존재합니다


세계유산은 등재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등재 이후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매년 각국이 신청한 유산을 평가할 뿐 아니라, 기존에 등재된 유산이 잘 보존되고 있는지도 정기적으로 점검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유산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오르기도 하며, 심할 경우 등재가 취소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 계곡입니다. 이곳은 뛰어난 도시 경관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지만, 이후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형 교량이 건설되며 경관이 훼손되었고, 결국 세계유산 등재가 철회되었습니다. 이는 유네스코의 기준이 단순한 ‘보존 가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리’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반대로 기준을 충분히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등재가 지연되거나 거부된 사례도 있습니다. 일본의 메이지 산업유산은 등재 당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국 측 반발이 있었고, 유네스코는 ‘강제노동의 역사도 명확히 기술하라’는 조건을 붙여 등재를 승인했습니다. 이처럼 세계유산 등재는 단순히 문화재 보호를 넘어서서 국제사회와의 관계, 역사 인식, 공동체의 책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세계유산의 미래,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단지 과거를 보존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미래 세대에게 소중한 자산을 어떻게 물려줄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관광객 급증,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인해 많은 유산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섬 유산의 침식, 사막화로 인한 고대 도시 유적의 붕괴 등은 실제로 진행 중인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유산을 보호하는 일은 단순한 ‘보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리’와 ‘대중 교육’을 포함해야 합니다. 유네스코는 최근 ‘지속 가능한 관광’, ‘지역 공동체의 참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보존’ 등 현대적인 보존 전략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각국이 세계유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세계유산 등재는 단순히 명예로운 인증이 아니라, 인류 모두를 위한 중요한 약속입니다. 그 약속은 철저한 기준과 지속적인 관리 속에서 실현되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가치를 되새기고 실천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미래의 세대가 우리가 누리는 유산을 그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세계유산은 단지 ‘보는 것’이 아닌 ‘지키는 것’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