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탄소배출을 규제하고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등장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탄소배출권 거래제'입니다. 이 제도는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업과 국가가 실질적인 감축 노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장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탄소중립과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개념, 작동 방식, 한국의 현황, 그리고 제도를 둘러싼 과제까지 알기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탄소중립이란 무엇인가: 왜 중요한가?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배출된 온실가스(특히 이산화탄소, CO₂)의 총량을 흡수하거나 제거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기후위기의 핵심 해법으로 간주되며,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탄소중립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환경 재해, 생물다양성 감소, 식량위기 등 연쇄적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국가 경제 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정책 수단이 바로 탄소배출권 거래제입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기본 개념부터 이해하기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온실가스를 일정 수준 이상 배출하지 못하도록 기업마다 배출할 수 있는 양(할당량)을 정해주고, 이를 초과하거나 남는 경우 매매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즉, 온실가스를 돈처럼 사고파는 시장을 만든 셈입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경제적 유인을 통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배출량이 적은 기업은 남은 할당량을 팔아 수익을 얻고, 많이 배출한 기업은 비용을 지불하고 추가 할당량을 구매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감축 노력이 강화됩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가 기업에게 일정량의 탄소배출 허용량을 무상 또는 유상으로 할당합니다.
기업은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거나 적을 수 있습니다.
남은 배출권은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고, 부족한 기업은 구매해야 합니다.
할당된 기간(1년) 종료 후, 기업은 정부에 보고하고 정산을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배출량을 줄일수록 재정적인 이익이 생기고, 배출을 많이 할수록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운영 현황
한국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가 단위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본격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도 비교적 빠른 조치였으며, 현재는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이 진행 중입니다. 환경부 산하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전체 운영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한국 ETS 제도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약 700여 개의 대형 온실가스 배출 기업이 의무 대상입니다.
- 연간 12억 톤 수준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약 70%를 커버합니다.
- 할당방식은 무상 90%, 유상 10% 수준이며 점차 유상 비율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 배출권 가격은 1톤당 약 2~4만 원 선에서 거래되며 시장 수급에 따라 변동합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배출권 거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거래소(KRX)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으며, 향후 배출권 선물거래, 파생상품 도입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기업들은 정해진 기한 내에 감축 실적과 배출권 보유 현황을 보고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등의 제재가 부과됩니다.
정부는 향후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부터는 중소기업·중견기업 대상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더욱 촘촘하고 정밀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될 예정입니다.
제도의 장점, 한계, 그리고 향후 과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명확한 감축 유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채택되고 있으며,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시장 기반의 감축 수단이라는 점에서 정부 재정 부담 없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기업의 자율적인 감축 동기를 부여합니다.
저감 기술 도입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전체 배출 총량을 통제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점도 존재합니다. 초기 도입 단계에서 기업들의 제도 이해도가 낮고, 거래 활성화가 부족해 비효율적인 운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배출권 가격의 변동성 또한 기업의 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
시장 투명성 제고: 거래정보의 공개 확대 및 배출권 시장 감시 강화
정확한 배출량 측정: 첨단 계측기술과 제3자 검증체계 강화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 감축 기술 도입을 위한 인센티브와 보조금 제도 강화
국제 연계 ETS 추진: EU, 일본 등과의 상호 인정 시스템 구축
특히, 앞으로는 탄소국경세나 글로벌 공급망의 ESG 기준 강화에 따라 탄소배출권 제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이 제도는 단순한 환경 보호 수단이 아닌, 무역과 산업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전 세계적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정부, 기업, 사회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부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경영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와 시장, 기업이 함께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고 거래 활성화를 유도한다면,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 탄소중립 실현의 실제적인 해법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탄소의 무게를 공유하고, 함께 줄여나가야 할 때입니다.